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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치었도다

꿈지기의사랑 2025. 2. 1. 15:28

마태복음 4:12-17(20250112)

 

   20241229일 오전 910분경 성탄절을 맞아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떠났던 제주항공 7C 2216편이 무안공항에 착륙 중 기체가 전소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여객기는 동체착륙을 하게 되었고, 활주로를 벗어나 울타리 외벽과 충돌하여 폭발하는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총 181명을 태웠던 여객기는 승무원 단 두 명만 살아남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주님 도대체 왜! 주님 이 일이 대체 무엇입니까? 주님 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우리에게 또 주십니까? 우리는 주님께 질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나 순간적으로 명을 달리할 수가 있는가, 너무도 가혹한 것 아닙니까? 우리는 하나님께 항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도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친구들끼리 계를 부어서 떠났다가 참사를 당한, 해외여행도 제대로 못 간 친구를 위해 이번에 8명이 완전체가 되어 태국으로 여행 간다고 너무 좋아했다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영광에서는 팔순을 앞두고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난 가족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두 딸의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9명 모두 참변을 당했다. 손녀가 키우던 반려견 푸딩이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는 뉴스를 보셨을 것입니다. 정말 가슴이 아팠던 분은, 30대 여성 유가족이었는데, 돌아앉아서 인터뷰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남편이 큰딸과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 갔고, 자신과 둘째아이는 초등학교 예비 소집이라 같이 못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 앞으로 이 젊은 엄마와 어린 딸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들의 날들은 어떻게 어디로 나아갈까? 너무도 비통하고 아렸습니다. 이는 우리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우리 가족, 친구, 우리 교회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같은 노회의 모 교회 집사님과 손주분도 가족여행을 떠났다 참사를 당했습니다. 이 참사는 남의 참사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일이고, 내 이웃의 일이고 내 가족의 일이었습니다.

 

   무안 시찰과 함영 시찰 목회자들은 무안 기독교연합회와 연계해서 무안공항에 봉사하러 갔습니다. 유가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무안시찰회에 속한 교회들에서 김밥 약 800, 40박스, 군고구마 10박스 양발, 속옷, 초코바 등을 자원해서 준비해 주셔서 가지고 갔습니다. 새벽 6시부터 목회자들이 자리를 지키기로 하고, 교우들이 함께 오신 교회도 있었는데, 인원이 넘쳐서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만 받고 그냥 가시도록 했습니다. 또한 미처 오지 못하시는 분 중에는 지인을 통해서 후원금을 전달해 오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사의 현장에 함께 하고 계셨다고 합니다. 현장을 전했던 목사님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여기저기서 우리처럼 필요한 물품을 나누어주는 지역의 봉사 단체들, 쓰레기를 거두러 다니는 봉사자들도 계셨습니다. 사진을 찍지 말라는 손, 피켓을 들고 서 계시는 분, 건강을 돌봐드리고 약을 나누어 주기도 하시는 약, 한의사도 계셨고, 식당을 빌려서 밥을 지어 나누어 드리는 봉사자들, 심리 상담이라는 표시를 하고 유가족의 텐트 사이로 다니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 외 법률상담, 119 소방관들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온 두 청년이 하루 종일 봉사했습니다. 봉사자들이 많으니, 늦기 전에 올라가라고 했더니, 오늘 밤까지 봉사하고 가려고 숙소를 잡아놓고 왔다고 끝까지 하고 가겠다 합니다. 그들은 참사 소식을 듣자마자 가야겠다, 가서 뭐라도 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어서 휴가를 내어 내려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모든 봉사자는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조용하고 숙연하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위로하며 그 비통을 함께 느끼며 묵묵히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유가족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 주고 지켜주고 기댈 어깨를 내어드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비통함을, 그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그 기막힌 상실의 마음을 봉사자들이 마음으로 연결해서 감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마음에 그들의 아픔이 전해지고, 그 슬픔이 나누어져서, 그 찌르는 비통을 나누어서 그 아픔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무슨 위로의 말이 필요치 않고, 어떤 위로도 건넬 수 없었습니다. 그 큰 상실과 비통의 가슴에 어떤 말이 위로될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그 공간에 마음을 다해 함께 있어 주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처지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나눔과 동시에, 우리 속에 남아 있던 아픔, 우리 속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슬픔과 고통이 그들의 슬픔과 아픔에 공명해서 꺼내지고 풀려나와 우리 또한 위로받는 것 같았습니다. 위로하는 동시에 위로받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보내온, 더 쌓을 곳이 없을 정도로 가득 채운 물품들이 있었는데, 그건 단순히 물품이 아니라, 함께 하지 못한 수없이 많은 마음들, 이곳을 향해 있는 마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절한 아픔을 어떻게든 나누고자 하는 마음, 그들의 비통한 아픔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바라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의 현장에 계신 하나님

 

   오늘 말씀은 예수께서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 이방의 갈릴리에 와서 사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과 요단강 저편 해변 길과 이방의 갈릴리여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치었도다”(15-16)

   구세주 예수님은 바로 여기에 오십니다. 이 참혹한 고통의 땅, 이방의 땅, 흑암에 앉은 유가족에게, 사망의 그늘에 함께 앉은 모든 이들에게 오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가장 어둠이 짙을 때 이 땅에 오셨습니다. 고통이 있는 곳, 아픔이 있는 곳, 슬픔과 애통함이 있는 곳으로 우리 주님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하셨습니다. “애통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5:4)

   어느 목사님은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주님은 인간의 고통에 무감각한 하나님이 아님을 믿습니다. 우리는 주님이 창자가 끊어질 듯한 단장의 아픔으로 그 슬픔을 똑같이 겪으시고, 애통하는 자들과 함께 아파하시는 분임을 믿습니다. 스스로 무력해지는 길을 택하셔서 진정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이심을.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지금 이 땅에 오신 메시아는, 우리의 고통을 아시는 분이고, 우리의 고통을 아시는 바로 그분이야말로, 우리의 참된 구원자가 됨을 믿습니다.”

 

우리도 그 아픔의 현실에 동참합시다.

 

   이 기도는 우리의 하나님을 믿는 우리 모두의 기도입니다. 실로 우리 하나님은 낮아지시고 우리와 동일해지시고 우리의 고통을 함께 겪으시는 분이십니다. 아니, 우리보다 더 아파하시고 우리보다 더 애통해 하시는 분이시라고 우리는 고백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고통을 함께 하실 뿐 아니라, 우리를 위로하시는 분이심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주님, 이 참극의 현장에 친히 임하시옵소서. 사랑하는 가족·친구·동료를 잃고서, 그들을 기다리며 애통하며

   울부짖는 이들의 소리를 들으시옵소서. 희생자들과, 슬픔과 비통함 가운데 절규하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그리고 지금도 참극의 순간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진 두 분 생존자에게 당신의 크신 위로와 회복의 손길을

   펼쳐 주옵소서.” 아멘!!!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 연필로 또박또박 쓴 시에는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가슴안에 있지.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라고 되어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소감에서 그는 자신이 소설을 쓸 때마다 품었던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이었다고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가운데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우리가 갈구하는 진정한 사랑, 무엇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오롯이 나누고자 하는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는 빛이라 생각합니다. 그 사랑이 바로 그 고통과 아픔의 현장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과 마음을 잇고 나누고 공감하는 모두의 가슴속에, 그 비통을 내 마음에 담아내어 그들이 조금이라도 덜 아파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 가운데, 그 마음과 마음을 잇는 고통 한가운데 우리 주님이 오셨다고 믿습니다. 고통을 나누는 위로자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 주는 연결자로, 죽음을 휘감은 짙은 어둠을 밝혀주는 큰 빛으로 주님은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

 

나가는 말

 

한강 작가의 소감 중 한 줄을 나누면서 마칩니다.

 

인간의 가장 연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 그 부인할 수 없는 온기를 어루만지는 것, 그것으로 우리는 마침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덧없고 폭력적인 세계의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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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교는 기장 총회의 여객기 참사 추모예배를 위해 총회에서 내려온 설교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