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 10:24-25
지난 주에 원대병원에 심방을 가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권사님의 상태를 듣고 위해서 기도를 해드리고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래서 생각없이 1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가려다 보니 처음 왔던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길이 있겠지하면서 나가는데 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리저리 길을 찾으며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가려는데 도저히 그곳을 알 수 없었습니다. 낯선 상황, 낯선 자리, 늘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생소하게 느껴지면서 당황하다보니 그 자리를 맴맴 돌면서 20분 넘게 길을 헤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손에 들고 있던 전화기를 통해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나 길을 잃었어!" "나 이제 다 된 걸까?" "내가 왜 이러지"하면서 당황해 하는데, 아내와 자취하는 집으로 돌아가던 아들이 "괜찮아요, 그러실 수 있어요"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평소에는 별 것 아니라고 여겼던 그 말이 안도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의 내비를 켜고 방향을 따라서 천천히 가다보니 주차장이 보여 차를 타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40년을 넘게 살아온 곳에서 그리고 자주 다니던 곳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에 한 참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경험이 생겼습니다.
코로나이후 변해버린 교회에 대한 시선이 이러한 상황과 비교될 수 있을까요? 한국교회를 걱정하면서 예배, 선교, 등 다양한 방면에서 반성하며,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지 걱정하며 나날을 보내는 것이 우리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것만이 아니라 히브리서가 기록되던 당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초대교회는 박해와 사회적 압박 속에서 신앙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도들이 함께 모여 서로 격려하고 믿음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본문에서도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당부합니다. " 또 우리에게 약속하신 분은 신실하시니, 우리는 흔들리지 말고, 우리가 고백하는 그 소망을 굳게 지킵시다. "(23절 새번역) 그분이 우리를 용서하셨고, 그분의 피를 통해서 구원받았으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구원받은 우리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이가를 고민하는 때입니다. 케리스 리치도 그의 책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선포한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홀로 구원받은 것이 아니라 구원받은 공동체 하느님의 경이로운 활동으로 탄생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구원받습니다."
첫째, 서로를 돌아보라 합니다. 교회의 리더인 목회자와 장로로서 우리는 교회를 맡기시고, 복음의 사명을 맡기신 하나님 앞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의 현실은 녹녹치 않습니다. 교회를 향한 거친시선이 느껴지고 적개심마져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목회자와 장로, 성도가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우리'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문에서는 서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공동체로서의 서로입니다.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함께 일하는 동역자로서의 우리입니다. 그 마음을 가질 때 어려운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서 돌아보게(카타노에오/주의깊게 관찰하다, 주목하다. 인식하다) 됩니다. 세심히 살펴 주는 것입니다. 어디가 아픈지, 고민은 없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살피는 사이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둘째, 그들이 행하는 사랑과 선행을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서로가 하는 일에 반대편에 서서, 반대를 위해 반대를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는 일들을 서로가 격려해주고, 앞에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가 되어주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믿음의 동역자, 지금 우리가 서로를 위해서 해야할 일입니다. 서로에게 마음을 써주는 관계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셋째, 모이기(에피수나고게/집회/예배)를 힘쓰십시오. 모임은 단순히 예배를 드리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그것은 성도 간의 교제와 영적 성장, 그리고 공동체로서의 연합을 이루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즉 우리의 모임이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헐뜯는 모임이 아니라 모이면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고, 삶을 공유했던 초대교회의 회당의 모습처럼, 서로의 성장을 위한 귀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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