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찬양예배설교

모세에게 말씀하시던 날에

꿈지기의사랑 2021. 2. 6. 20:12

출애굽기 6:28-30

 

들어가는 말

 

   지난 주에 우리는 모세와 아론의 족보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이 대단한 가문이나 그들의 대단한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서 선택받은 지도자(예언자) 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그렇게 특별하게 선택된 것은 출애굽의 여정을 위해서 부대를 편성하고 애굽의 고난 속에서 히브리 노예들의 종된 삶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선택된 사람들로서 우리는 하나님을 위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함께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오늘도 주신 말씀 속에서 귀한 은혜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애굽땅에서(בְּאֶ֥רֶץ מִצְרָֽיִם׃/ 버 에레츠 미츠라임) 모세에게

 

   지금까지 모세가 전했던 말들은 호렙산에서 하나님께서 베푸신 말씀에 의거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본문에서 처음으로 '애굽 땅에서'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제부터는 주께서 하시는 말씀이 모두 애굽 땅에서 내려주시는 말씀이다. 모세가 모든 것들을 잊고 살아가던, 그리고 동화되어 살아가던 미디안이 아니라 그의 민족들이 고통속에서 허덕이는 장소인 애굽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이 모세에게 시작되고 있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호렙산에서 불러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받은 모세에게 베푸신다. 이후에 아론이 함께 거론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받는 사람은 역시 모세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사명이 주어지지만 그 역할은 구별된 다는 것이다. 부름받았다고 모두 같은 것이 아니라 각 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사명을 따라서 각 자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본문은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하나님의 음성으로만 들었던 애굽의 상황이 아니라 그가 지금 목도하는 애굽의 현장 상황 속에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통해서 사명을 부여 받고 있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모세가 해야할 일 : 다 말하라

 

   백성들이 고난 받는 현장 애굽 땅에서 모세가 해야할 일은 바로 왕에게 야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이다. 우선 모세는 백성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해야 했지만, 이제부터는 애굽 땅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왕에게 전해야 한다. 예언자에는 심판 예언자와 궁중 예언자가 있다. 궁중예언자들은 왕과 왕국을 위하여 신탁을 전하였지만 심판예언자들은 권력자가 타락했을 때 등장하여 하나님의 진노하심과 재앙을 여과 없이 그래도 전하는 자들이었다. 심판을 선언함으로써 악한 권력자가 회개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예언의 목적이다. 그런면에서 모세는 심판 예언자에 속한다. 그의 사명은 백성들을 폭력으로 다스리며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삶에 빠져 있는 애굽 왕에게 하나님의 백성이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할 것을 선포하는 것이다. 그것은 모세를 통한 하나님의 회개의 기회이다. 이 기회를 모세는 바로에게 전달하는 사명을 받은 것이다.

 

입이 둔한 자

 

   하나님의 사명을 받고 모세는 다 시 한번 자신이 없다고 주저한다. 그것이 '입이 둔하다'라는 표현이다. 여기서 '둔하다'에 해당하는 단어는 'עֲרַ֣ל/아랄'이다. 지난 번에 보았던 6:12절에 나왔던 단어이다. 이 단어는 아직 할례를 받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는 형용사이다. 처음 소명을 받았을 대 모 '나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니이다'라고 핑계를 대면서 거절한 바 있었다.(출 4:10) 그 때 사용된 단어는 카베드, 즉 '무겁다'는 의미였다. 4장에서는 입이 문제였다면 여기서는 입술이 문제이다. 아랫 입술과 잇 입술 모두를 가리킨다. '입술'이 할례를 받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입술이 할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아직도 공부가 부족하고 깨달은 바가 없어서 여전히 세속적이고 육적인 말밖에 할 줄을 모른다는 뜻이다."(이영제)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을 받들어 영적이고 거룩한 말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세속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세속주의의 괴수라 할 수 있는 바로에게 세속적인 말을 해도 그가 듣지 않을 것이다. 모세는 영성의 측면에서도 자신감이 없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자신 없어하고 망설이며 주저하는 자를 선택하시고 양육하셔서 하나님 나라의 일을 위하여 사용하신다. 

   우리도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 하지만 그런 우리를 하나님은 오늘도 부르신다. 그리고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명을 맡기신다. 그 사명을 감당함에 자신이 없어 늘 주저한다. 모세는 이런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늘 모세처럼 변명한다. '나는 입이 둔한 자입니다.', '준비되지 못했습니다.', '완벽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완벽함을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필요로 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그리고 그 분의 사명에 순종하기를 원하심을 기억하자.